슬픈 학살의 현장, 샤틸라 캠프
난민... 인종,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 이라고 나오네요. 레바논으로 오면서 계속 전쟁 얘기를 하는거 같아서 좀 그렇지만, 레바논에 오게 되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곳이 바로 이곳, 난민촌입니다. 앞의 글을 읽으신분이면 아시겠지만 80년대 팔레스타인이 난민들이 요르단에서 레바논으로 넘어왔죠. 그래서 베이루트에는 몇 군데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접근조차 힘든곳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전 그중에 두군데를 다녀왔는데 한군데(샤틸라캠프)에서는 안내를 받아 사진도 찍으며 비교적 자세히 돌아볼 수 있었고, 다른 한군데(사브라캠프)에서는 따뜻한 식사와 차대접을 받았지만 사진은 절대 못 찍게 하더라구요.
사실 다른 사람들이 이곳을 간다고 할때 가도 되나 싶었습니다. 분명 참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일텐데 일개 관광객에 지나지 않는 제가 가도 될까 하고 말이죠. 뭐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친절하고, 가서 많은(너무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가길 잘했다 싶지만, 그래도 이곳을 떠올릴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레바논에는 11군데의 팔레스타인 난민 정착촌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베이루트의 이곳 샤틸라-사브라 캠프는 가슴아픈 역사를 지닌 비극적인 장소입니다. 바로 사브라-샤틸라 학살사건이 일어났던 곳이거든요. 1982년에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의 묵인(혹은 강력한 지원)아래 자행된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의 이 만행에 의해 무고한 팔레스타인 난민 3000여명이 이곳에서 학살당했습니다. 레바논 민병대원들이 난민촌에서 학살극을 벌이는 동안, 이스라엘 군대는 난민촌 외곽을 탱크로 꽁꽁 둘러싸고는 밤새 조명탄을 쏘아올려 마음껏 학살을 저지르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친이스라엘 대통령을 레바논에 세우려는 이스라엘의 꼼수가 학살의 원인이었지만 지금도 그들은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는군요. 부끄럽지만 저는 이 사실을 여행할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돌아와서 검색해보고 알았다죠... 이와 관련된 영화로 <Waltz with Bashir>라는 영화가 있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은 한번 보셔도^^...
그런 역사때문인지 난민촌은 헤즈볼라 세력이 관할하고 있었습니다. 레바논의 기독교 세력이 싫어하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슬람 정당인 헤즈볼라가 보호하고 있나 봅니다. 하지만 생활환경은 안타까울정도로 안 좋습니다. 밑에서 보시겠지만, 혹시나 가신 분은 함부로 사진찍거나 돌아다니시면 좀 곤란해지실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합니다.
어디 마땅히 물어볼데도 없어서 이쯤이 맞나 싶은데 간판을 보니 '샤틸라'라고 써있습니다. UNRWA, 유엔 난민 구제 사업국입니다. 아마 치과였던가 병원시설이었습니다. 이 난민촌들을 관리하는게 헤즈볼라라고 해서 많이 긴장했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헤즈볼라하면 그저 무지막지한 테러단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뭐 뉴스에 나오는게 그렇게 비쳐지니 별 수 없습니다만 알고보면 막연히 그렇게 볼수만도 없더라구요. 암튼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웅성댑니다;; 아랍어로 뭐라고 하면서 팔로 팔을 긋는 시늉을 하더군요;; 알아들을수 있는 단어는 헤즈볼라뿐;;
'아 X됐구나' 싶은데 영어를 하는 한 사람이 자기 일행과 가자고 이끕니다... 저까지 5명이었는데 전 이때 꽤 많이 긴장했습니다. 사진 괜히 찍었나 싶기도 하고;;;
그들과 같이 간곳은 이 곳, 생각보다 아담하긴 한데 여기가 헤즈볼라 사무실이랍니다. 그러면서 안에서 이곳 우두머리인듯한 아저씨가 나오더니 영어를 하는 사람을 통해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뭐하러 왔냐', '사진은 왜 찍냐', '여기가 헤즈볼라구역인건 알고 있냐' 뭐 대충 이랬던거 같습니다. 얼핏 총도 보이고 너무 긴장해서 뭐라고 대답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납니다만, 우린 한국에서 왔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다 라고 말했던거 같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너무 친절하게 친히 자기가 안내해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랑 다니는게 더 안전하고 사진 찍어도 된다고 허락을 ㅎㅎ 근데 아쉽게도 이 우두머리 아저씨는 영어를 하나도 못 합니다. 통역을 거치셔야..ㅋㅋ 이전까진 헤즈볼라라고 하면 테러하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첫인상들이 험악하지도 않고 참 친절하고 푸근하더라구요.
난민촌안에 있던 시장...이라기엔 좀 그런데 분위기상 이 길거리가 시장같더라구요. 안타까울정도로 물건들이 많지도 않고 그렇더라구요. 건물들도 참...
어제 본 건물들보다 더 안습입니다. 보자마자 탄식이 나더라구요. 바로 옆에는 여기서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안좋은 표정하기도 그렇고...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난민촌은 꼬불꼬불한 미로의 연속입니다. 정말 안내가 없으면 길잃기 딱이더군요. 왼쪽 뒷모습 아저씨가 우두머리 아저씨입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참 좋은 사람이라는건 느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수류탄과 총이 섬짓하긴 합니다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나라잃은 설움과 아픔이 느껴지는거 같습니다.
아저씨가 저희에게 안내했던 곳입니다. 아랍어로 뭐라고 했는데 기억은 안나고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기리는 곳이었습니다. 벽에는 그 사람들의 이름들이 써있었구요. 참 많은 사람들의 사진과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이곳을 둘러보니 이 사람들을 무작정 테러분자로 규정짓는게 과연 옳은건가 싶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입장에서야 그렇겠지만 제삼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방법이 무지막지하고, 대량 살상을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정말 억울하게 나라를 잃은지 오래됐고 갈수록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져가니 그들의 안타까운 마지막 몸부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여간 참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자식들=_=...
그러면 헤즈볼라라는 단체는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검색하면, 레바논의 이슬람교 시아파(派) 교전단체이자 정당조직이라고 나옵니다. 이들이 같은 이슬람 국가였던 팔레스타인의 난민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헤즈볼라는 교전 단체이면서 정당입니다. 그말인즉, 레바논 국회에 의석을 지닌 합법적인 단체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레바논 자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기 때문에 레바논 정부로서도 어쩔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와 정치가 결합된, 조금은 신기한 구조인데 레바논 나라 특성상 그런가봅니다. 이런 헤즈볼라가 지지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을 수 있는거겠죠...
안타까운 제 감정이 이입돼서 그런건진 몰라도 할아버지의 표정이 참 슬퍼보였습니다.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더 그렇더군요...
할머니도 참 안타까워보이고...ㅜ
어딜가나 아이들은 귀엽고 천진난만합니다. 그래서 더 불쌍하고 안타까워보이긴 했지만요ㅠ
장난끼 많고 예쁜 꼬마아가씨들. 이 아이들이 컸을땐 나라를 되찾을수 있을까요? 그럴수 있길 속으로 한없이 바랬습니다.
난민촌은 이런 골목의 연속...
하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으니 웃어주네요.
둘러보는 동안 또 마음을 아프게 만든건 아이들이 벽에다 그려놓은 낙서였습니다. 낙서의 대부분은 비행기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미사일과 총알들, 불난 마을, 다친 사람들, 붉은피...였습니다. 한창 좋은것만 보고 커야할 아이들에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기억일까요...
적신월(이슬람권에선 적십자 대신에 적신월이라는 의료단체가 있습니다) 병원 벽에는 불탄 도시사이로 달리는 엠뷸런스가 그려져 있었구요...
Life is a matter of experience... 허.. 이 문구가 저를 좀 벙찌게 만들었습니다. 삶은 경험의 문제다...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 경험이라는 단어속에는 얼마나 많은 무서운 일들이 포함되어 있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둘러보는 내내 동양인이 신기한지 따라다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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